'동성애 혐오' 캠페인 여파,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부다페스트 공연 취소


부다페스트의 헝가리 국립 오페라의 모습 ⓒ AFPBBNews

(부다페스트=AFP) 부다페스트의 헝가리 국립 오페라(Hungarian National Opera)가 15회차의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Billy Elliot)의 공연을 취소한다고 21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이러한 결정이 내려진 배경은 뮤지컬 제작을 둘러싸고 벌어진 동성애 혐오 언론 캠페인이다.


444.후(444.hu) 뉴스 사이트는 실베르테스 오코바스(Szilveszter Okovacs) 헝가리 국립 오페라단 단장의 서한을 공개했다.


오코바스 단장은 서한에서 "잘 알겠지만, 최근 몇 주간 빌리 엘리어트 제작에 대한 부정적인 캠페인이 벌어져 티켓 판매가 크게 영향을 받았다. 이런 이유로 경영진은 예정됐던 15개의 공연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2000년 개봉한 동명의 영화를 뮤지컬로 만든 이 작품은 빌리 엘리어트라는 이름의 소년이 1980년대 침체된 영국 북부의 광산 마을에서 복싱 대신 발레에 대한 열정을 쫓는 이야기다.


뮤지컬을 비판한 매체는 우파 성향의 포퓰리스트 빅토르 오르반(Viktor Orban) 총리를 지지하는 신문사 마자르 이독(Magyar Idok)이다.


지난 1일, 마자르 이독은 뮤지컬에 대한 기사에서 "인구가 갈수록 노화되고 줄어들고 있는 헝가리는 침략의 위협을 받고 있다. 이런 때에 동성애를 조장하는 내용은 국가적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썼다.


또한, 마자르 이독은 뮤지컬 기획자들을 동성애 혐오 표현을 이용해 묘사하는가 하면, 기획자들이 젊은 관객을 동성애자로 바꾸려고 한다는 내용을 은연중에 암시하기도 했다.


이에 오코바스 단장은 원작의 유일한 동성애자 캐릭터인 빌리의 친구 마이클은 등장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444.후 웹사이트는 공연 취소의 이유가 티켓 판매보다는 정치적 압박을 두려워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기획사 측은 24일 공연은 계속할 계획이다. 이 중 한 공연은 이미 매진된 상태다.


최근 헝가리 과학원도 언론의 동성애 혐오 캠페인의 대상이 됐다.


이번 주 초, 친정부 성향의 주간지 피제로(Figyelo)가 '동성애자 권리와 젠더 과학'을 연구하는 과학원의 연구원 명단을 공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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