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도안 텃밭 '이스탄불' 놓쳤다…野후보 시장당선 '타격'


이스탄불 시민들은 공화당 국민당(CHP) 후보가 2019년 6월 23일 베식타스에서 이스탄불 시장 재선출 선거에서 승리한 후 축하하고 있다. ⓒAFPBBNews



터키 최대 도시 이스탄불 시장 자리를 두고 치러진 재선거에서 야당이 다시 승리했다. 이로써 집권 이후 16년간 불패 신화를 이어온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도 정치적으로 큰 타격을 입게 됐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으로 평가받는 이스탄불을 25년 만에 비(非)에르도안 세력에 내주게 됐기 때문이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23일(현지시간) 치러진 이스탄불 시장 재선거에서 터키 야당 공화인민당(CHP)의 에크렘 이마모을루(49)는 집권당인 정의개발당(AKP)의 2인자 비날리 이을드름 전 총리를 꺾고 압승을 거뒀다.


이번 선거는 지난 3월31일 선거에서 이마모을루 후보가 1만 3000표 차로 승리했지만 집권 여당 측이 이의를 제기하면서 선거 결과가 무효로 된 후 시행됐다.


이마모을루 후보는 99% 개표가 진행된 현재 54%(77만 5000표)를 얻어 이을드름 전 총리를 약 9%포인트(p), 약 80만표 차이로 이긴 것으로 나타났다. 무효 처리된 3월 말 선거 때의 0.2%p보다 훨씬 더 격차가 커졌다.


이마모을루 후보는 이날 승리 연설에서 "이번 선거에서 승리한 것은 하나의 단체나 정당이 아니라 이스탄불과 터키 전체"라며 "1600만 이스탄불 시민들이 민주주의와 정의에 대한 믿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에르도안) 대통령과 조화롭게 일할 준비가 돼 있다. 가능한 한 빠른 시간 안에 대통령과 만나고 싶다"며 공개적으로 만남을 요청했다. 


이마모을루의 당선을 취소했던 에르도안 대통령도 이날은 트위터를 통해 "선거에서 승리한 에크렘 이마모을루를 축하한다"며 패배를 인정했다.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로이터통신은 "지난 3월 치러진 선거 무효화로 에르도안 독재정치에 대한 우려가 높아졌다"며 "재투표라는 에르도안의 도박이 역효과를 낳았다. 이마모을루의 승리는 집권 여당과 에르도안의 하락이 시작됐다는 신호로 해석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경기침체와 미국의 제재 위협에 지지율이 급락하고 있는 반면, 이마모을루는 이번 선거의 승리로 야권의 유력 대선 주자로 부상했다.


이스탄불의 베일리크뒤쥐 구청장 출신인 그는 이번 선거 전까지만해도 무명에 가까운 정치 신인이었다. 그러나 이마모을루는 경제난과 테러, 독재 정책, 인권탄압 논란 등에 지친 유권자들에게 변화를 호소하는 전략으로 지지를 얻는데 성공했다.


재선거 국면에서는 온화하고 친근한 이미지가 유권자들의 표심을 파고들었다. 당선 무효 처리에도 악의적인 인신공격 대신 "희망을 잃지 말자"며 지지자들을 달랬다. 거리에서 유권자와 셀카를 찍고 친근하게 어울리는 등 긍정적인 유세 방식도 빛을 발했다.


이마모을루는 이날 AFP통신과 인터뷰에서 에르도안 대통령과 같은 경로를 따를 것이냐는 질문에 "시간이 지나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답해 2023년 차기 대선 출마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정치 신인이던 에르도안도 1994년 이스탄불 시장에 당선되며 스타로 부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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