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민족주의 현실로…유럽서 호주 수출용 AZ 백신 막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AFPBBNews



유럽연합(EU)과 이탈리아 정부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호주 수출에 제동을 걸었다. 백신 제조사들이 목표 공급량을 채우지 못하면서 세계 각국이 자국의 백신 물량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특히 인류의 집단면역을 위한 연대와 협력은 실종되고 자국 이기주의, 백신 민족주의가 현실화하는 모습이다.


4일(현지시간) BBC 등을 비롯한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이탈리아 정부가 자국 내 시설에서 생산한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 25만도스(1도스는 1회 접종량)의 호주 수출을 위한 선적을 허가하지 않았다.


아스트라제네카가 이탈리아 로마 근교 아나니 생산시설에서 제조한 코로나19 백신 25만도스의 수출 허가를 요청했으나 이탈리아 정부는 이를 거절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생산시설은 미국계 대형 위탁개발생산(CDMO)기업 캐털란트 소유의 시설이다. 캐털란트는 지난 2020년 6월에 아스트라제네카와 수억 도스 규모의 백신 생산 파트너십을 체결했으며 현재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도 위탁생산 중이다.


이번 이탈리아 정부의 조치는 지난 1월 EU가 지역 내 백신 공급을 보장하기 위해 도입한 규제를 적용한 첫 사례다. 당시 EU는 EU에 공급하기로 한 물량을 채우지 못한 상태에서 유럽에서 제조한 코로나19 백신을 다른 대륙으로 수출할 경우 EU의 승인을 받도록 했다.


지난 12월 코로나19 예방 접종을 시작한 EU는 비슷한 시기에 접종을 시작한 이스라엘이나 영국, 미국 등 다른 국가들에 비해 백신 접종 속도가 느린 편이다. 게다가 최근 백신 업체들이 EU에 공급하기로 했던 물량을 줄이기로 하면서 EU가 역외 수출 규제에 나선 것이다.


아스트라제네카는 4월까지 EU에 코로나19 백신 1억도스를 공급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지난 1월 벨기에 생산시설에 문제가 생겨 EU에 공급하기로 한 백신 물량을 절반 수준으로 낮췄다. 화이자와 모더나도 처음 EU와 약속했던 백신 공급량보다 공급을 줄인다고 밝혔다.


이처럼 백신 수급이 계속 차질을 빚으면서 EU 내 일부 국가들은 중국과 러시아로 눈을 돌리고 있다.

헝가리는 EU 회원국 중 처음으로 중국 시노팜의 코로나19 백신을 구매한데 이어 러시아 백신‘스푸트니크 V’도 도입했다. 세르비아 또한 시노팜 백신을 도입했으며 슬로바키아는 러시아산 백신을 도입했다. 오스트리아는 이스라엘, 덴마크와 백신 개발 및 공급을 협력할 계획이다.


한편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 공급이 줄어들면서 국제 백신 공급기구인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의 백신 공급에도 차질이 생겼다. 코백스는 2021년 상반기까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3억3600만도스를 공급할 계획이었으나 전 세계 139개 나라에 5월까지 2억3700만도스를 공급하는 것으로 목표를 수정했다.


국내 공급될 물량 또한 올 상반기 259만도스에서 5월까지 210만2400도스로 줄어들었다.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 추진단은 지난 3일 "구체적인 도입일정이 확정되는 대로 세부 접종계획 수립을 통해 차질업이 이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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